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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실험, 다시 보기

  • 작성자 사진: 보라 김
    보라 김
  • 4월 17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4월 18일



“It’s unbelievable how much you don’t know about the game you’ve been playing all your life.” (자신이 평생 해온 경기에 대해 우린 놀랄 만큼 무지하다.)
-Mickey Mantle, 영화 ‘머니볼’ 도입부

왜 조직은 끊임없이 인간을 바라봐야 하는 걸까요?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그냥 팀 내에서 역할을 하는 누군가로,

‘아무개’ 만으로 구성해도 잘 굴러가는 거 같은데.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요?

이번 아티클에서는 그에 대한 답을 드리며 한 템포 쉬어가고자 합니다.



  1. ‘항목화’는 답이 될 수 없다


2000년대 중반, 구글.

이 때의 구글이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은 꽤나 단순했습니다.


  • 평가 항목을 정량화한다. 

  • 정량화한 항목에 맞게 지원자에게 점수를 매긴다. 

  • 그 점수대로 지원자의 등수를 매겨 선발한다. 


라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으니까요.

(낯설지 않게 느껴지신다면 그 직감이 맞습니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일견 타당하게 다가옵니다.

‘합리적인’ 항목을 마련하고, 그 항목에 맞게 점수를 매기며, 점수에 맞게 고과를 준다.

그 결과 고과가 높은 이에게 보상을, 낮은 이에게 패널티를 준다.

이보다 더 이성적인 것이 있을까, 싶을 정도죠.


덕분에 당시의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물론,

딜로이트와 같은 대형 회계법인조차 이러한 인사평가 시스템을 채택했을 정도였습니다.

딱 2010년대 초중반까지만요.


2000년대 중반, 구글은 새로운 평가 모델에 대한 연구에 돌입했고

학위, 학점 등은 역량과 상관 관계가 없다는 판단을 내립니다. 

2014년, 딜로이트는 인사 평가 방식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습니다.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줄세우기’식의 평가를 돌연 폐지해 버렸습니다. 

한 술 더 떠 이 시스템을 채택했던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세월’이라 대놓고 자성했을 정도였죠.


‘딱 맞는’ 인재를 얻고, 유지하려면 항목화가 답이 아니다.

인간의 능력은 고정된 틀 안에 담길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세 회사의 결론이었습니다.



  1. 인간은 맥락에 의해 움직인다


마시멜로 실험, 이미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아이들에게 마시멜로 하나씩을 쥐여 주고, 15분간 먹지 않고 버티면 하나를 더 주겠다 제안했던 심리학 실험입니다.

그리고 15분을 참아내었던 아이들이

훗날 사회적, 경제적으로 훨씬 더 '안정적인 삶'을 살 확률이 높다는 결론이었죠.

자제력, 즐거움을 유보하는 능력과 보다 질 높은 삶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실험이 치명적으로 간과한 점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처해 있던 환경은 어떠했는가?

정말로 자제력은 타고난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가?

마시멜로를 받아도 빼앗기기 십상인 아이와 맘 편히 먹을 가정이 있는 아이,

두 아이를 두고 자제력을 논할 수 있는가?


이 부분에 주목해 다시 한 번 진행된 마시멜로 실험이 있습니다.

진행한 이는 과학자 셀레스트 키드Celeste Kidd,

마시멜로 실험 자체를 노숙자 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중 접한 사람이었죠.


키드는 우선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 1그룹: 신뢰할 수 있는 어른과 한 공간에 둔다. e.g) 다 닳은 크레용 등의 화구를 가져다 둔 뒤, 새것을 가져오겠다며 자리를 뜬다. 이후 돌아올 때 그 말을 지킨다.

  • 2그룹: 신뢰할 수 없는 어른과 한 공간에 둔다. e.g) 새 화구를 가져오겠다고 해 놓고 빈손으로 돌아온다.


결과는 여러분이 예상하시는 그대로입니다.




1그룹에서는 전체의 2/3에 달하는 아이들(14명 중 9명)이 15분을 참고 기다렸습니다. 

반면, 2그룹에서 끝까지 참고 기다린 아이는 단 1명(14명 중 1명)이었습니다. 

여기에 마시멜로를 먹기까지 걸린 시간을 비교하면* 결과는 더 자명해집니다. *1그룹 12분, 2그룹 3분


인간은 환경(=맥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절대적으로 내재된 본질은 없다.


  

  1. 맥락을 고려한 채용은 과연 먹힐까?


그럼 이 ‘상황’ 까지 고려할 시 과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설령 그로 인해 애초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이가 뽑히더라도 우리는 그에게서 퍼포먼스를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렇다’ 입니다.


performance based HR 을 전문으로 하는 다국적 기업 루 애들러(Lou Adler).

40년 이상 회사를 경영 중인 애들러 회장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직무기술서는 잊어버리시고, 그냥 여러분의 공장에서 뭐가 잘 안 되고 있는지 하나씩 전부 다 얘기해 주세요.

그럼 제가 그걸 고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오겠습니다.”


즉, 그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이며 그 일은 어떤 맥락에서 행해지고 있는지에 더 주목하고 있는 것이죠.



  1. 정리하면...


개개인에게 요구되는 직능은 늘 다르며,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조직에서 같은 일을 두 명이 하거나 비슷한 두 사람이 한 가지 일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또한 이 직능이 다르기에 각각에 대한 상황별 맥락도 다양하게 분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요구되는 포지션이라도 변화무쌍한 상황 속에서 그때그때 연락을 쳐내는 것과, 

신중하면서도 절차에 맞게 대응하는 것. 둘 중 어느 쪽이 요구되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를 테니까요)


이 흐름 속에서 각 자리에 맞는 ‘최상의 인재’ 도 매번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다른 사람들’이 한 조직에 있을 때, 팀은 구성원들의 몰입감과 충족감,

더 나아가 업무 성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구성원들의 개개인성을 인정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블루밍고는 구성원이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조직을 꿈꾸며, 그 길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이들이 모인 팀입니다.”



 

*참고문헌



  • 마시멜로 실험 논문: Celeste Kidd, Holly Palmeri, Richard N. Aslin,

Rational snacking: Young children’s decision-making on the marshmallow task is moderated by beliefs about environmental reliability,

Cognition, Volume 126, Issue 1, 2013, Pages 109-114, ISSN 0010-0277, https://doi.org/10.1016/j.cognition.2012.08.004.

  • 아들러 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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