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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칠 뻔한 미팅, 체크인이 살려낸 날

  • 작성자 사진: 보라 김
    보라 김
  • 4월 8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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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거나, 도망가거나! (Fight or Flight!)’


인간은 본능적으로 평가, 판단과 의심, 적대감 같은 감정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는 원시 시대 때 생존에 더 필요했던 감정과 사고 체계

여전히 우리 안에 훨씬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긍정’보다는 ‘부정’에, ‘이득’보다는 ‘손실’

훨씬 더 큰 영향을 받고, 고통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5만원을 길다가 우연히 줍는 것의 쾌감과

자기 돈 5만원을 잃어버리는 고통을 비교하면

사람들은 후자 상황을 더 피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 관련하여 정말 재밌는 심리학, 행동 경제학 실험이 정말 많습니다! 차차 소개 드리겠습니다.


대니얼 카너먼의 명서, 꼭 다루고 싶은 책이네요.
대니얼 카너먼의 명서, 꼭 다루고 싶은 책이네요.


'싸우거나, 도망가거나 (Fight or flight)' 모드는

위험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신체가 자동으로 나타내는 생리적 반응을 의미합니다. 

이 반응은 위협에 직면했을 때,

말 그대로 싸우거나(fight) 도망치려는(flight) 행동을 준비 시키기 위해 발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심박수와 호흡이 빨라지고, 근육에 혈류가 증가하며,

동공이 확대되는 등의 신체적 변화와 함께 우리 뇌 역시 장기적이고 보다 합리적인 사고를 멈춥니다.

당장 살아남으려면 필요 없는 기능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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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가 그러한 상태일 때,

자신이 지금 생존 모드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알아차리는 것,

그것이 보다 나은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선택을 하고자 할 때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 이야기를 왜 말씀 드리냐면요,



‘불안과의 치열한 전투'

이렇게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그 날은,

제가 바로 그 ‘생존 모드의 늪’에 깊이 빠져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압도되어 하루 종일 리스크만을 떠올렸고,

“아무도 관심 없어”, “나 혼자 고민하고 있네” 같은

비관적인 생각과 날 선 감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밤이 되도록 잠은 오지 않았고,

쉬지 않고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 상황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음 날 미팅에서 이런 내 감정을 어떻게 숨기고,

‘합리적인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계속 혼잣말을 반복하고 있었어요. 


생존 모드에서 빠져나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한 번 불안한 생각이 시작되면 몸이 그에 따라 반응하고,

그 몸의 반응에 따라 다시 뇌는 합당한 해석을 만들어내며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생각과 신체 반응의 악순환에 빠져드는 겁니다.

그렇게 하루를 꼬박 채운 다음 날,

머릿속에 ‘충.조.평.판 종합세트’(충고, 조언, 평가, 판단)를 그려 놓은 채,

여지없이 체크인 알람이 울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입력 버튼을 눌렀습니다.



‘내 바디버젯이 문제인가, 상황이 문제인가?’


평소 같았으면 그냥 습관처럼 짧게 답했을 체크인이었지만,

그 날만큼은 전전두엽이 풀가동되었습니다.

이 모든 부정적인 사고 회로의 시작이 '혹시 신체 예산(바디버젯)의 부족 때문일까?'

체크인을 마치고 가만히 복기 해봤습니다.

그리고 상황 그 자체보다 사실은 지친 몸이 만들어낸 마음 때문이라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우리 뇌는 쉬지 않고 '내수용 감각'을 통해 예측을 만들어냅니다.

부족한 수면 시간, 대충 때우던 끼니, 미미한 활동량의 누적으로

바디버젯이 고갈된 상태에서의 예측은

'생존에 위협이 있으니 긴장하고 정보를 의심할 것'에 가까웠겠죠?

저는 자연스럽게 생존 모드로 진입해

모든 상황을 ‘싸우거나, 도망가거나’의 자세로 판단하고, 대응하고 있었던 겁니다.


몸이 생각을 지배하고, 생각이 다시 몸을 지배합니다.
몸이 생각을 지배하고, 생각이 다시 몸을 지배합니다.

즉, 실제로 벌어진 일이 아닌,그 일을 해석하는 내 생각이 마음을 만들어내고,

저를 더 불행하고, 더 위협적인 상황에 있다고 믿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죠.

“그래도 상황에도 문제가 있었던 거 아니야?”

맞습니다. '상황'도 있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 관점을 선택할 것인가,

그 선택 또한 의사결정의 일부라는 것을요.


결과적으로 그 날의 미팅에서의 저의 태도와 관점

'충조평판' 종합세트를 버리고 열리고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시나리오1:  ‘충.조.평.판 종합세트’와 원망 가득한 마음으로 미팅을 진행해서

그 자리에 함께한 모두의 동기와 의욕을 떨어뜨리고, 불확실하고 희망 없는 미래를 함께 상상한다. 

에서  

시나리오2: 우리 모두에게는 도움과 지지, 믿음이 필요하다는 마음으로 미팅을 열고

그 어느 때보다도 의욕적이고 생산적으로 논의하고, 적극적으로 서로 아이디어를 개진하며

새로운 방안을 만들며, 희망적인 미래를 함께 상상해보는 길!

로 바뀌었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몸과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오늘 하루, 혹시 순간 순간 ‘생존 모드’에 빠져 있진 않으신가요?

감정의 시작이 상황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지친 몸의 신호인지,

짧은 체크인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때로는 그 몇 분의 점검이,

하루의 흐름과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이 만들어낼 미래를 바꿀 수도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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