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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푸드 - 구성원과 함께 갔던 유기농 제국

  • argentum92
  • 7월 31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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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 구성원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

듣기엔 당연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어렵고 이상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런 조직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이며, 어떤 배경 위에 존재하기에 가능했던 걸까요?

  1. 구성원에 대한 존중 - 공감하는 조직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사실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은 항상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정서’, ‘관계’, 그리고 ‘공감’.

    조직문화를 챙긴다는 건 정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며, 정서라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이는 곧 조직이 이러한 인간관계에까지 귀 기울이겠다, 즉 공감하겠다는 의미니까요.

    바야흐로 조직이 구성원의 ‘상태’와 ‘리듬’을 감각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 HR도 더 이상 사람을 '자원'이 아닌, 하나의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하는 시대.

    하지만 그 앞에서도 질문은 남습니다. “그게 정말 가능하긴 한가?” “구성원과 조직이 함께 갈 수 있는가?” “성장할 수는 있나?” “만약 성장할 수 있다면, 그때의 조직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이번 콘텐츠에서는 미국 최대의 유기농 체인, 홀푸드(Whole Foods)의 사례를 들여다보며 그 실마리를 찾고자 합니다.

    홀푸드 로고
    홀푸드 로고. 수십 년 전 한 창고에서 시작된 사업은, 훗날 '미국의 일하기 좋은 직장'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2. 조직과 구성원이 함께 갈 수 있는가 - 성과와 공감, 그 틈에서 길을 찾다 사실 조직과 구성원만큼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쉬운 사례도 드물 겁니다.

    조직: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존재해야 한다. 구성원: 자율권, 선택권이 보장된 ‘나’로서 존재하고자 한다. 조직: 성과 평가는 공정하게. 그 안에서 고성과자에게 더 큰 보상을. 구성원: 성과가 일하면 일하는 대로 그냥 나오던가. 부디 그 안의 맥락을 봐 달라. 그리고 잘 하기 싫어서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인정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조직: 회사는 어디까지나 지속 가능하게 수익 창출을 해야 하는 곳. 따라서 예측과 통제가 가능해야 한다. 구성원: ‘예측과 통제’는 어디까지나 조직의 입장이며, 구성원 개개인을 고려한 것은 아니다. 또한 구성원은 인간이다. 자기 삶 속 각자의 의미, 안정, 가치를 찾는 ‘인간’. 아닌 말로 같은 팀 팀원 간에도 집중 잘 되는 시간부터 인생 우선순위, 살아온 삶까지 전부 다르다.  이렇듯 충돌하기도 쉽고, 그만큼 풀기도 어려운 두 입장. 그럼 ‘구성원을 인간으로 대하는’ 사람 중심 회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갔던 걸까요. 또 홀푸드는 어떤 관점으로 접근했던 걸까요. 그 답은 아래와 같이 요약됩니다.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겠다. 그러나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회사와 구성원은 공생 관계 아니던가. 서로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즉 이러한 입장차이조차 ‘운영의 일부’로 받아들이려 했던 것이죠.


    홀푸드의 창립자 존 매키(John Mackey)도 이러한 경우였습니다. 

    그는 사람을 비용이 아닌 존재로 바라보았고, 구성원이 회사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구성원이 함께 목적을 조율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 믿음은 하나의 철학으로 구체화되기에 이릅니다. Conscious Capitalism (의식 있는 자본주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win-win-win 할 수 있다."* 그 철학은 구호로 끝나지 않았고, 아래와 같은 제도로 설계되었습니다.


(*이 철학은 훗날 홀푸드의 또다른 핵심 경영 철학, 'win6'의 뼈대가 되었습니다. win6: 고객-구성원-운영진-거래처-투자자-환경, 이 6개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며 지속되는 경영)




  1. ‘구조’로 드러난 사람 중심의 조직 첫째, 회사의 복리후생은 구성원들의 투표로. 회사와 구성원은 ‘서로 함께 가는’ 관계. 그러니 구성원들이 누릴 복리후생도 투표로 정한다는 것이 홀푸드의 경영 방침이었습니다. 경영진이 전체 매출에서 비율에 맞게 재원을 할당하면, 구성원들이 투표로 구체적인 우선순위를 매기고 항목을 정하는 식이었죠. 이는 ‘구성원이 원하는 것은 구성원이 결정할 수 있다’라는, 즉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침이기도 했습니다. 설령 그 방향이 경영진이 원하는 것과 다르다 하더라도 말이죠.* (*이는 실제로 존 매키의 책에서도 언급됩니다. 그는 저서 <돈, 착하게 벌 수는 없는가>에서, 경영진 입장에서는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항목들이 선택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둘째, 팀 중심의 자율적인 조직 운영. 이 역시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겠다’라는 철학에서 나온 방침이었습니다. 덕분에 홀푸드의 경우 상품군/운영 영역에 따라 나뉜 자율 운영 팀(self-managed teams)이 매장 운영을 주도하되, 각 팀 리더들이 운영 전반을 결정하는 ‘팀 리더 회의체’에 참여하는 구조였습니다. 즉, 위에서 아래로 지시가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각 매장이 상황과 맥락에 맞게 움직일 수 있게 한다’ 에 더 가까웠던 것입니다. 

    셋째, 구성원을 서로 통제하는 구조로 놓지 않는 평가 문화. ‘누가 누구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가’. 홀푸드는 평가란 단순한 성과 기록이 아니라 관계의 표현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을 잘 보여 주는 예시가 홀푸드의 peer review(동료 평가) 제도입니다. 구성원과 기업이 함께 가는 것을 고민한 홀푸드답게, 동료 평가는 아래와 같은 특징이 있었습니다. - 모든 팀의 성과는 모두에게 공유된다. - (모두에게 성과가 공유되는 만큼) 모든 팀은 경쟁 관계이다. 단, 그 목적은 ‘저성과자 처벌’이 아니다.  ‘잘 된 팀’의 방법을 탐색하고 배우며 모두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 다만 각 팀의 목표(매출, 성장, 생산성)는 구성원이 세운다. 즉 같은 매장 내 다른 팀/타 지역 매장의 유사한 팀들과도 경쟁할 수 있으나, 스스로의 목표치는 언제나 자신들에게 맡긴다.

    이는 아래와 같은 함의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1) 구성원은 감시의 대상이 아니다. : 이는 곧 '정보가 아래에서 위로만 보고될 이유가 없으며, 모든 팀이 서로의 실적을 보고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구성원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며, 함께 정보가 공유되어야 하는 믿음의 대상’이라는 의미이기도 했죠. 여기에 더해 ‘우리 구성원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정보를 책임 있게 다룰 수 있을 것이다. 경영이라는 이름 하에 그들을 통제할 필요가 없다’라는, 조직의 신뢰이기도 했습니다.

    2) 구성원은 그들 스스로의 리듬과 맥락에 맞게 목표를 세울 수 있다. : 홀푸드 조직문화의 가장 큰 특징인 ‘팀의 자율’. 이는 곧 ‘전체 맥락 속에서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구성원’이 반드시 필요함을, 또한 그런 구성원이 있어 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탄생을 의미했습니다. 결국 자기주도와 상호 존중이 이러한 구조를 가능케 했던 것입니다.  

    3) 자발적인 노하우 공유가 가능하게끔 조직을 꾸려나간다 : 앞서 살펴보았듯 각 매장의 자율성도 상당했고, 위계적인 조직문화도 아니었던 홀푸드. 여기에 더해 매장의 비용 절감에 기여하면 그 이익을 나누는 ‘gain-sharing(이익 공유)’ 제도까지 있었습니다. 덕분에 조직은 팀 간의 단순 경쟁 대신, 서로간의 노하우와 가치를 공유하는 학습의 장을 만들어 나갔던 것입니다. 

    평가를 권위의 도구가 아니라 관계 기반의 연결 매개로 만들었던 것이죠. 결과적으로 누군가를 솎아내지 않는다는 분위기 속에서 조직은 더욱 활기를 띌 수 있었습니다. (애초에 팀 단위로 평가했던 목적 자체가 ‘잘하는 이들에게 배워 다 함께 더 잘하자’ 였지, 구성원을 쫓아내기 위함이 아니었으니까요.)  

    ‘사람과 함께하는’ 조직을 꿈꾼 홀푸드의 철학은 그들의 인사에까지 녹아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1. 구성원들이 함께한 유기농 제국 홀푸드의 창립연도는 1978년. 당시 시대를 감안하면 그들의 철학과 운영방침은 실로 파격적인 경영실험이었을 것입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2017년 당시, 홀푸드가 아마존에 인수될 때의 기업가치입니다. - 주당 42달러, 기업 전체가치 약 13억 7천만 달러 

    - 해당 시점 기준 전체 점포수 470여 개 (미국 내 448개, 캐나다 13개, 영국 9개)

    - 인수된 현재(2024년 기준), 미국 유기농 신선식품 시장점유율 29.5%.


  1. ‘함께 갈 수 있다’라는 선례 홀푸드가 보여 주는 메시지는 명백합니다.

    구성원과 조직은 얼마든지 함께 갈 수 있다. 이해관계의 충돌이 나쁜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충돌을 대하는 방식, 그 자체에 있다. 

    20세기 후반의 홀푸드가 보여 주었던 파격적인 실험. 그러나 그 실험의 기록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질문하게 됩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조직. 정말 불가능한가요?


참고문헌: <돈, 착하게 벌 수는 없는가>, 존 매키/라젠드라 시소디어 저, 유지언 역, 흐름출판


Hospitalitynet.org, Whole Foods Case Study: A Benchmark Model of Management For Hospitality, https://www.hospitalitynet.org/opinion/4059396.html



Panmore Institute, Whole Foods’ Organizational Culture (An Analysis), https://panmore.com/whole-foods-market-organizational-culture-analy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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