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바라보니, 인재가 찾아왔다 - (1)
- argentum92
- 6월 27일
- 3분 분량

직전의 글에서는 개개인성이라는 특성이 회사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음을,
또한 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표준화를 도입한 20세기의 경영자를 소개했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연 그 리스크를 없앨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죠.
'사람 중심 조직, 개개인성을 인정하는 거 좋은데, 사실 너무 큰 이상 아닌가요?
당장 현실을 보자면 회사는 엄연한 이익 집단이고, 공통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목표 달성을 위해 각 구성원에게 일을 할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거기서 사람이 부품이 아니라는 건 대체 어떤 말인가요?’
어찌 보면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기업의 성장과 인간의 개성.
정말 이 둘을 다 잡는 건 불가능한 걸까요?
이번에는 일반적인 '숫자 관리'의 틀을 벗어나 인재를 육성하는 기업의 예를 살펴 보려고 합니다.
코스트코: “구성원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과입니다.”
영국 코스트코의 채용 홈페이지에는 아래와 같은 문구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Most employees begin their careers in the warehouse setting, becoming experts in Costco merchandising and operations.'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창고 세팅부터 커리어를 시작하며, 이후 코스트코 조직 내 구매/운영 전문가로 성장합니다.'

‘단순 홍보 문구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코스트코에는 선례가 있습니다.
코스트코 미국 지점의 구성원이었던 아네트 알바레즈 피터스 (Annette Alvarez-Peters). 그녀의 이력을 나열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2020년 코스트코 은퇴, 최종 직급 Assistant Vice President & General Merchandise Manager. (최종 근속년수 37년)
현 Crimson Wine Group 이사
Decanter에서 언급된, 와인 업계 최고의 여성 리더 중 한 명
공인된 와인 교육자 자격 보유
여러 와인 비영리 조직의 이사회 및 멘토로 활동 중
그런 그녀의 커리어 출발점은 ‘회계부 감사 직원’ 이었습니다. 전문대학을 다니다 그만두고, 말단 직원으로 입사했으나 ‘소질을 발휘할 수 있는 부서’를 찾았던 것이죠. 심지어 주류 부서에 첫 발을 내디딘 때는 입사 12년차가 되던 해였습니다.

그래서 코스트코는 성장했나요?
개개인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와 비교적 자유로운 커리어 변경.
여기에 더해 코스트코는 동종업계 대비 높은 임금을 보장해 주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이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업무 연속성에 허점이 발생할 수 있고, 인재 유출의 가능성도 있으며,
조직에 대한 로열티나 장기적인 HR 운영 계획도 흔들릴 수 있으니까요.
놀랍게도 지표는 이 리스크와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기록적으로 낮은 이직률 2025년 기준 미국 소매업계의 평균 이직률은 60%에 달하는 반면, 코스트코의 이직률은 불과 8%에 그쳤습니다. 여기에 미국 코스트코의 전체 인원이 약 30만 명이라는 점, 한 명이 이탈할 때마다 재교육 비용은 꾸준히 발생한다는 점, 더해서 새 팀원이 적응하기까지 조직에 가해지는 피로도를 생각한다면 그 이익은 가히 천문학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 작아도 이익은 더 높다 또 다른 소매 체인점인 월마트와 비교할 시 이 생산성은 더 두드러집니다. 기업 생산성의 대표적 지표인 1인당 기업 생산성을 비교해 볼까요. 2010년대부터 지금까지 월마트는 단 한 번도 코스트코를 앞선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코스트코가 월마트를 서너 배 이상 앞지르게 되었죠. 직원 수만 놓고 보면 월마트(200만 명)가 코스트코(30만 명)의 6-7배 규모인데도 말입니다.
데이터 출처: valuesense.io 제공
인재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다. 코스트코 사례를 보면 - 구성원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은 맞닿아 있으며 - '가능성을 가진 구성원들이 가능성을 열어주는 환경을 만났을 때 인재가 되고, - 결국 ‘성과 지표’에도 기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직장 환경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 개개인의 선택, 즉, ‘내 일, 내 커리어에 대한 나의 의견이 조직 내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라는 정서적 경험의 제공이 신뢰를 만들고 지표를 만들었다고 보여집니다. 이러한 환경이 제공되니 자연스럽게 이직 의사가 감소하고, 직무 만족도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포지션을 바꾸며 커리어를 쌓아갈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나와 잘 맞는 일을 찾았으니 몰입하게 되고, - 자연스럽게 인재로 성장하는 와중에 ‘조직이 나를 가치 있게 여겨 주었다. 내 생각을 수용해 주었다’라는 기억까지 가지고 갔으니까요. 커리어를 쌓고 있는데, 구성원의 개인성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까지 누리고 있으니 떠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즉, 코스트코의 사례는 ‘사람 중심의 조직 문화’가 어떻게 인재 리텐션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제도나 운영방식의 차이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 핵심에는 구성원이 '나'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감정과 경험이 있었던 것입니다.
‘개개인’을 생각하는 경영철학과 조직문화. 그 덕에 구성원들의 자율성이 포용될 수 있었고,
조직에는 신뢰와 애착이 뿌리내릴 수 있었습니다.
구성원들이 그 환경에 부흥하며 성장할 때, 이들의 잠재 역량은 결국 ‘진짜 인재’라는 결과물로 나타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집니다. 조직도 매한가지입니다.
코스트코의 사례 역시 ‘인재를 성장시키고 붙잡는 힘은 조직 경험에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우리 조직에 남고 싶다’는 마음은, 연결과 정서적 경험에서 시작됩니다.
구성원 개별적 상태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몰입과 이탈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 지금, 조직 내 상태와 경험이 어떤지 살펴보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채널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참고문헌:
<평균의 종말>, 토드 로즈 저, 정미나 번역/이우일 감수, 21세기북스
영국 코스트코 채용 홈페이지: https://www.costco.co.uk/career-opportunities
포브스, What Costco Knows That Most Others Don’t (코스트코 조직문화 속 함의) https://www.forbes.com/sites/shephyken/2025/02/23/what-costco-knows-that-most-others-dont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Costco and other retailers prove a ‘good jobs’ strategy workshttps://www.hbs.edu/bigs/costco-and-other-retailers-prove-a-good-jobs-strategy-works